“증거를 없애는 건 내가 살기 위한 당연한 행동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실제로 우리 법원은 본인이나 친족의 형사사건에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미 설명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만약 없는 증거를 새로 만들어내는 행위도 같은 맥락에서 용납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 다릅니다. 오늘은 증거위조가 왜 부당하며, 법원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증거인멸죄와 증거위조죄의 결정적인 차이 ⚖️
두 죄명은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 증거인멸(Evidence Destruction): 기존에 존재하던 증거를 제거하거나 손상시키는 ‘소극적인’ 행위입니다. 법원은 이를 ‘자기부죄거부특권’이라는 헌법상 권리의 연장선으로 보아 일부 경우 처벌하지 않습니다.
- 증거위조(Forgery of Evidence): 존재하지 않는 증거를 허위로 ‘만들거나(위조)’, 이미 존재하는 증거를 허위로 ‘변경(변조)’하는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이는 사법 질서를 직접적으로 교란하는 범죄로 간주됩니다.
핵심은 행위의 성격입니다. 소극적인 ‘침묵’과 적극적인 ‘거짓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우리 법은 국민에게 침묵할 권리는 주지만, 법원을 속일 권리는 주지 않습니다.
자기 방어를 위한 증거위조는 왜 부당한가? 🚫
대법원은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증거위조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권은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일 뿐, “법원을 속여서 허위의 증거를 제출할 권리”는 아니라는 것이죠. 다음 판례는 이러한 법원의 확고한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도10023 판결 📝
한 피고인이 자신의 횡령 혐의를 벗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채무를 증명하고자 허위로 작성한 차용증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 피고인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증거위조는 정당한 방어 행위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 사법 질서 보호: 증거위조죄는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사법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위법한 행위까지 포함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방어권의 한계: 자기부죄거부특권은 피고인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를 스스로 제출하지 않을 권리이지, 법원을 기만할 목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제출하는 행위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증거위조죄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자기 방어를 위한 행위라도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증거인멸은 ‘있는 증거를 없애는’ 소극적 행위이며, 증거위조는 ‘없는 증거를 만들어내는’ 적극적 행위입니다. 이 두 행위의 법적 평가는 완전히 다르므로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
결국 법원의 판례는 명확합니다. 자신의 방어를 위한 행동이라도, 그 행동이 법의 공정성을 해치는 ‘적극적인 거짓말’이라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은 국민의 방어권을 존중하지만, 그 권리가 타인을 속이거나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도구가 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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